대화평가위원 공략하기 (로비 없이 사업 수주하는 법) C

2023-09-07

3. 평가위원을 공략하는 방법

1) 고객의 니즈를 공유하기

위에서 평가위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발주처)의 라고 했다.

이와 관련된 유명한 컨설팅 사례가 있다.

몇년 전 H기업이 장갑차 프로젝트 의뢰를 했다. 사전조사를 해보니 절대적으로 불리한 사업이었다.

그 이유는 H사는 완성차를 제조하는 그룹의 회사이고, 경쟁사인 D사는 중공업 그룹이었다.

문제는 고객 (군인)에게는 막연히 '장갑차는 튼튼해야 한다'는 관념이 있었고, 컨설팅을 의뢰한 H사는 바퀴 (튼튼해 보이지 않음)를 잘 만드는 회사인데 반해서 경쟁사는 무한궤도 (불도저를 구동시키는 쇳덩어리로 훨씬 튼튼함)를 장착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에 이런 고객의 니즈를 그대로 수용했다면 궤도를 장착한 경쟁사가 훨씬 차별화된 솔루션일 것이다.

하지만, 리서치를 해보니 군인 (사용자)들의 니즈는 잘못되어 있었다.

왜냐하면 현대전의 핵심은 '견고성'보다는 '기동성'이기 때문이다.

현대전은 90% 이상이 시가전이고, 시가전에서 장갑차의 '생존성'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견고성보다는 기동성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현대전의 장갑차는 100km 정도의 속도를 낼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럴려면 20톤 미만의 무게가 나와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바퀴를 달아야 했다.

H사는 이 '기동성'의 논리를 2년 동안 예상 평가위원 (방사청 직원, 국방과학 연구소 연구원, 외부 전문가, 교수, 사용자 (군인)등등)을 만날 때 마다 이야기했다.

세미나, 방위산업 전시회, 식사자리, 심포지엄 등 모든 접점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 결과 절대적으로 불리했던 사업을 수주하게 되었다.

이 사례에서 핵심은 차별화된 솔루션은 고객의 니즈를 정확히 정의하는 데서 나온다는 점이다.

여러분의 병을 누가 정의하는가? 여러분은 정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병원을 찾았을 때 '배가 아프다'라고 말하는 것은 니즈가 아니다!

이것은 Pain Point라고 한다.

문진과 여러 테스트를 통해서 의사가 여러분의 병명을 결정한다. 이것은 췌장의 염증입니다. 라고 정의한다.

이것을 니즈 정의 (Needs Define)라고 한다.

정의된 고객의 니즈를 평가위원에게 지속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업의 규모가 클수록, 중요할수록 지속적인 메시지 전달이 중요하다.


2)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시하기

평가자 (특히, 통합적 평가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다.

차별화된 솔루션은 '평가자의 관점'에서 차별화된 솔루션이라는 점을 주목하라.

그 좋은 예가 사이판 공항의 면세점 입점 경쟁입찰이다.

한국 대기업의 컨설팅 의뢰를 받고 필자는 차별화된 솔루션을 위해 컨설턴트들을 현지로 보냈다.

우리는 2개의 부속섬에서 본섬과 똑같이 평가위원들이 참여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알아냈고, 이 평가위원들은 기초의회 의원 (정치가)으로 사업의 이슈보다는 주민들의 숙원사업 해결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알아냈다.

한 섬의 경우는 학교, 또 한 섬은 병원이 필요했다.

물론, 우리가 병원이나 학교를 지어줄 수는 없었지만 대신에 통신사와 MOU를 맺어서 Wifi를 섬 전역에 깔고, 온라인 진단시스템과 온라인 교육을 제공하는 솔루션을 제시하였다.

면세점 프로젝트에서 통상 고객의 이슈는 명품 브랜드 입점, 인테리어, IT 백업 등이지만 우리는 그거와 더불어 온라인 진단시스템과 온라인 교육을 솔루션으로 제시한 것이다.

누가 이기겠는가?

RFP에서 요청하는 사업의 핵심이슈에 대해서 빠짐없이 대응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만큼 중요한 것이 RFP에서 말할 수 없거나 말해주지 않는 이슈를 발굴해서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고객에게는 항상 Unstated Requirement (말해주지 않거나 말해줄 수 없는 이슈)가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

그것은 개인적 이슈나 주관적 편견, 정의되지 않은 니즈 (Pain Point)등이 포함된다.


3) 스토리텔링하기

앞에서 통합적 평가자를 설득하는 두번째 방법은 스토리텔링이라고 했다.

왜 그런가?

10년 가까이 조달청 평가위원으로서 내가 가장 점수를 잘 줬던 팀은 항상 동일했다.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는 PT (Impressive PT)를 하는 팀이다.

사실, 대부분 팀이 과다한 정보를 제공하다 보니 끝나고 평가를 하려고 하면 A팀이 B팀과 어떤 다른 내용을 제안했는지 기억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딱!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스토리'를 말하는 사람들이다.

전문가는 과다하게 정보를0 노출하거나 어렵게 설명하지 않는다.

자신의 전략을 맥락에 맞추어 이야기로 풀어낸다.

우리가 평가자를 만날 때는 이번 사업의 핵심과 우리의 차별화 전략을 매우 단순하면서도 강력하게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A레이다 연구사업을 컨설팅을 했던 'LIG 넥스원'이라는 회사 사례이다.

세부기술면에서는 불리한 측면이 있었고, 이를 스토리텔링으로 극복하였다.

경쟁사가 지금은 한화로 합병된 ‘삼성 탈레스’라는 점을 활용했다. (탈레스는 프랑스의 방산업체이다.)

외산VS국산 구도를 핵심 메시지로 하였다.

"금번 레이다는 전 세계에서 4번째로 개발되는 첨단 기술로 '토종기업' LIG 넥스원이 개발해야 합니다. 그래야 '기술유출'의 위험이 없고, 해외 수출로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평가위원들은 로비에 휘둘리는 소수의 사람과 평가를 제대로 잘 하려고 하는 대부분의 사람으로 구성된다.

이것이 필자의 경험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우리 산업은 필자의 경험과 다르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10년 전보다 한국 사회는 투명해졌고, 우리 사회는 앞으로도 점점 더 투명해질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것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회가 경제적으로 발전할수록 사회의 투명도, 사람들의 윤리수준은 높아지게 되어 있다.

자! 사업수주를 위해서 평가위원들을 만나서 무엇을 할 것인가?

개인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기보다, 로비로 점수를 딸 생각을 하기보다 평가위원을 만날 때는 항상 두 가지를 명심하라.

1) 정기적으로 방문/연락하라

이 말에 의미는 사업이 있을 때, 사업을 앞두고 만나지 말고, 사업이 없을 때 이해관계 없이 만나라는 말이기도 한다.

2) 전문가로서 만나라

당신이 로비스트로 평가위원에게 보였다면 전문가 포지셔닝에 실패한 것이다.

평가위원은 다시 당신을 만나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을 만났더니 현장전문가에게만 들을 수 있는 현장의 노하우와 산업의 지식들을 얻을 수 있다면 평가위원들은 오히려 더 만나고 싶어 할 것이다.